KAIST의 마스코트, 오리냐? 거위냐?

정문을 통과하면 사시사철 KAIST에 생기를 불어넣는 넓고 아름다운 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연못의 공식 명칭은 ‘석림지(池)’. 그러나 교·내외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오리 연못’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연못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다 못해 교내 이곳저곳을 제집 안방인 양 돌아다니는 이 무리의 정체는 당연히 오리 가족이어야 하는데, 바라보고 있자니 어딘가 석연치 않다. 성인 허리춤까지 오는 크기에 툭 튀어나온 이마, “저건 거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드러낼 때면 어디선가 “에이, 오리 연못인데 오리지”하는 의견이 나와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는 한다. 약 20여 년간 KAIST를 누비고 있는 녀석들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애초에 석림지에는 오리도 거위도 살지 않았다. 그저 연못의 모양이 오리와 닮아 ‘오리 연못’이라는 별칭이 생겼을 뿐. 고요한 이 연못에 생명체가 나타나게 된 것은 2000년 당시 전산학과에 재직 중이던 이광형 교수(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덕분이었다. 그는 넓은 캠퍼스 안 적막한 연못에 움직이는 것을 두어 활력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연못의 이름에 걸맞게 오리를 사다 기르기 시작했다.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주먹만 한 새끼 오리들을 추위와 고양이로부터 보호하고 돌보았다. 그러나 이후 넓은 캠퍼스에 비해 오리는 너무 몸집이 작다는 생각이 들어 거위를 사 왔다고 한다.

현재는 KAIST의 오리 연못에 거위 10마리와 오리 1마리가 살고 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유행하던 시절, 거위들 틈에서 홀로 노니는 오리를 보고 많은 이들이 학교 측의 의도적 캐스팅이 아니냐며 입을 모았다고 한다) 원년 멤버인 오리들이 거의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오리보다 수명도 길고 면역력이 강해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거위들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오리들이 KAIST 바로 앞에 있는 갑천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거위의 꿈’이라는 유명한 노래도 있듯 날지 못해 슬픈 동물인 거위만이 KAIST를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이런저런 소문에도 명실상부 캠퍼스의 상징이 된 거위들. 교내에는 차도로 연못의 동·서측을 오가는 녀석들을 위해 마련된 ‘Geese Crossing’ 표지판도 있어 방송에서 취재를 나올 정도이다. 그뿐 아니라 매년 학위수여식에 학사모를 쓰고 등장해 학교 사랑을 실천 중인 졸업생 대표의 배달부가 되어 마스코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우들 사이에서는 ‘KAIST의 실질적 서열 1위’라는 이야기가….) 이제 보니 그 정체가 오리인지 거위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듯하다. 녀석들이 KAIST 동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채 캠퍼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댓글 남기기